4천 킬로미터 넘는 거리를 오직 살기 위해 걸어야하는 사람들. <br /><br />경제도 치안도 파탄 지경인 중미 지역 얘기입니다.<br /><br />살던 데를 떠나 여기저기 떠도는 이들에겐 ‘캐러밴’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. <br /><br />이들은 오직 미국에 도착하는 것만이 살 길인데요. <br /><br />이민자에 매정한 트럼프 정권이 바뀌면서 일말의 희망도 생겨나고 있습니다. <br /><br />8년을 거주하면 불법체류자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바이든표 이민법 때문입니다. <br /><br />세계를 보다. 한수아 기자가 담았습니다.<br /><br />[리포트]<br />봉쇄된 국경 앞,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한 아이 엄마는 그만 울고 맙니다. <br /><br />최루탄을 쏘고 몽둥이를 든 과테말라 군경에 결국 막혀버린 겁니다. <br /><br />[카를로스 헤르난데즈 / 온두라스 이민자] <br />"돌아가도 아무 것도 없다고요." <br /><br />온두라스 캐러밴 9천 명 중 3분 1은 되돌아갔고 나머지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. <br /><br />[루이스 가르시아 / 인권 변호사] <br />"이들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 뿐입니다. 가느냐, 죽느냐." <br /><br />이들은 왜 북으로 향할까? <br /><br />살인율과 빈곤율이 높은 고향을 떠나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서입니다. <br /><br />미국으로 가는 길은 최장 4천 km. <br /><br />코로나19로 삼엄해진 경비 탓에 과테말라와 멕시코 국경을 넘기는 쉽지 않습니다. <br /><br />멕시코를 통과해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어지는 3천km 이상의 트럼프 국경 장벽이 이들을 가로막습니다. <br /><br />[도널드 트럼프 / 미국 전 대통령(지난해 10월)] <br />"바이든은 이민정책의 이해가 전혀 없습니다. 살인자는 물론 강간범, 악인들이 들어올 겁니다." <br /><br />실제 연 평균 65만 명에 달했던 미국 내 신규 이민자는 트럼프 집권 이후 30% 수준으로 줄었습니다.<br /><br />[미국 시민] <br />"(불법 이민자들은) 침략이고 무법입니다." <br /><br />[모린 말로니 / 미국 시민] <br />"불법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건 법을 어기는 일에 상을 주는 거예요." <br /><br />공화당은 벌써부터 4년 뒤 대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합니다. <br /><br />[미치 맥코넬 /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(지난 21일)] <br />"미국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불러 일으키고 미국 노동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것입니다." <br /><br />실제 바이든 정책에 동의하느냐는 여론조사에 흑인들의 86%, 중남미 이민자들을 포함한 히스패닉의 72%가 지지한다고 응답했습니다. <br /><br />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국경 장벽 예산 중단을 약속했습니다. <br /><br />[조 바이든 / 미국 대통령(지난해 8월)] <br />"더 이상의 국경장벽은 세워지지 않을 겁니다." <br /><br />캐러밴들은 다시 희망을 품습니다. <br /><br />[에베르 소사 / 온두라스 이민자] <br />"새로운 대통령이 왔으니 그의 답만 기다립니다." <br /><br />[마리나 카스틸요 / 과테말라 이민자·멕시코 쉼터 3년 거주] <br />"멕시코에서 오래 있게 될 줄 꿈에도 몰랐죠. 미국으로 가서 가족들과 지내고 싶습니다." <br /><br />그렇다고 전세계 코로나19 감염자가 가장 많은 미국이 이민자들을 다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습니다. <br /><br />[민정훈 / 국립외교원 교수] <br />"(불법 이민자가) 밀물듯이 몰려들어오면 미국은 어떻게 할거냐, 이런 식의 논의가 증폭되면 바이든 행정부도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." <br /><br />불법 체류자라도 미국에 8년 이상 거주하면 시민권 신청 자격을 주는 바이든표 이민법. <br /><br />통합의 시작이 될 지,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. <br /><br />세계를 보다, 한수아입니다. <br /><br />sooah72@donga.com <br /><br />영상편집: 변은민